“미국이 그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해 얼마나 학대해 왔으며, 특히 그런 것들이 지난 한해 동안, 위험스러운 정치적 발언이나 외국인 혐오상품부터 시작해서 혐오 범죄 증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드러났는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3월 18일자 The New York Times 사설 중)
아시안 혐오와 무료 우버 서비스
밤새 카톡이 난리났다. 우버를 무료로 탈수 있는 링크가 새로 생겼는데,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카톡방에 문의가 쇄도했다. 뉴욕 브룩클린에 사는 한 젊은 아시아계 여성은 이 서비스의 비용을 대기 위해 이틀만에 10만불을 모금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나는 가슴이 아팠다.
샌버나디노 캘리포니아 주립대내 증오와 극단주의 연구센터 The Center for the Study of Hate and Extremism에서 미국 16개 주요 도시 경찰국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9년- 2020년 사이 아시안 혐오범죄가 이전의 2배를 넘었다.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 말 까지만 해도 3795건의 아시안 혐오범죄 신고가 접수되었다. 미국 대도시에서 아시아 여성들이 출퇴근 등으로 길거리를 다니거나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피부로 느끼는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모금을 주도한 여성은 자신도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만해도, 주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6백만명 이상의 아시안들이 산다. 숫자도 적지 않고, 언론도 이렇게 이슈화 하고 있는데도, 미국내 아시안 혐오범죄는 끊기긴 커녕 오히려 팬데믹 이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3월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비드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Chinese Virus”로 부르며 트윗을 한 이후, 아시안 혐오발언과 혐오범죄가 급증했다는 UC 샌프란시스코 연구 가 나왔다.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발언이 악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시민 권리 옹호 비영리 단체 The RISE 설립자인 아만다 뉴앤 Amanda Nguyen은
아시안 혐오 범죄의 더 근본적 원인을 미국 문화 안에서 아시안들의 “광범위한 누락 Widespread Omission"이라고 지적한다. 이 말은 미국 내 주요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아시아계의 삶을 다루는 기사나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점을 가리킨다.
실제로 미국에는 많은 아시아인들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명 인간처럼 취급되어왔다는 뜻이다. 뉴앤은 BBC와 인터뷰에서, 심지어 몇몇 연방 정부 기관은 아시아계나 태평양 섬나라 출신 미국인들 (AAPI)을 보호를 받아야 할 “소수 민족”에 포함 시키지도 않으며, 판데믹 이후 백인들의 분노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개탄 했다. 아시안 커뮤니티 내에서도 “I am Asian. So I can never be American. 난 아시아인이라, 결코 미국인이 될 수는 없다” 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고국을 떠나 이민자로 사는 미주 한인들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LA 지역에서는 팬데믹 이후 총기 구입이 크게 늘고 있고,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도 팽배해지고 있다. Asian Defense Fund 모금 운동이나, AAAJ(Asian American Advancing Justice), Stop AAPI Hate (Asian American Pacific Islanders) 같은 단체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스스로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려는 자구책도 생겨나고 있다. 정치권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 선출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임기 시작 첫 주 연방 정부 내에서 혐오 발언을 금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고, 상하원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서도 “위기 상황 Crisis Point”이라고 부르며, 아시아인 혐오범죄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나섰다.
작년 가을 대학생이 된 큰 아이가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상황이 나아져서 지난달 말까지 아이를 캠퍼스 기숙사에 데려다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학은 아시아계 비율이 2.7% 밖에 안되는 되는 주에 있어서, 나는 코로나 보다 아시안 혐오 범죄에 더 걱정이 따랐다. 총기를 사줄 수도 없고, 호신술을 배우게 해야 할까?
여기서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 어떻게 하는 것이 선으로 악을 이기는 방법일까? 옛날 이스라엘은 사백년간 남의 나라에서 노예로 살았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보내 출애굽 시키시고,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전 하나님께서는 이들에게 부탁의 말씀을 하셨다.
너는 애굽에서 종 되었던 일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거기서 구원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이 일을 행하라 명령 하노라. 네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에 거두지 못한 곡식단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가져오지 말고 외국인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리라. 네가 네 올리브 나무에서 열매를 딴 후에 그 가지를 다시 살피지 말고 그 남은 것은 외국인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며, 네가 네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외국인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이 일을 행하라 명령하노라. (신명기 24:18-22)
이 말은 이스라엘에게 외국인으로 노예로 고통 받던 때를 기억하며 그런 처지에 있는 자들을 생각해 주고 배려해 주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아시안 혐오 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이유는 부모님이 태어난 나라를 떠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권을 따도 이 땅을 자기 나라라고 주장하는 이들 눈에 우리는 외국인일 뿐이다. 이점에서 위의 말씀은 다수의 미국인들이 우리 같은 소수 민족을 배려하라는 소리 아닌가? 맞다. 그들이 먼저 들어야 할 말씀이다.
하지만 외국인으로 살고 있는 우리는 상관없을까? 우리만 소수가 아니다. 고통 받고 있는 고아와 과부와 외국인들은 주변에 너무 많다. 외국에 산다고 언제까지 피해자로만 남아있어야 하나? 먼저 손 내미는 자가 그 땅의 진정한 주인이다.
나는 아시아 혐오를 겪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6.25라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통해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누었고,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땅 덩어리에 살고 있는 한 민족끼리 도 화해와는 아직 멀어 보인다. 이런 우리가 다른 민족들까지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앞에서 우버 무료 서비스 모금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사실 젊은 한국계였다. 이틀만에 10만불이란 돈을 모금한 것도, 자신이 먼저 이천불을 기부하면서 본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신보다 더 연약한 이웃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는 모습에 수많은 이들이 동참한 것이다.
우리는 해외에 흩어져 사는 ‘소수’지만, 이웃에 먼저 손 내밀 때, 아시안 혐오 범죄와의 싸움 뿐 아니라, 한국의 통일을 위해서도 전 세계가 응원해 주지 않을까? 선으로 악을 이기는 새 역사로...
이 글을 쓰신 주 진규님은 뉴욕에서 복음이 중심이 되는 사역을 하고 계신 목회자이자, 항상 청년의 마음을 가진 여러 청년들의 멘토이기도 하십니다.
아시안 오미션 문제는 호주도 심각합니다ㅣ. 지난 30년간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까지 차례대로 주무역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메인스트림에 의한 백호주의의 만낯은 폴린 핸슨같은 과격파에서만 드러났는데....경기가 안좋아지니 점점 불안해지는 것도 현실입니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보며 그들의 소리에 많은 동참을 했었는데, Stop Asian Hate 운동에 대해서는 조금 외로운 싸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만을 지키기 위한 싸움보다 교회가 공동체를 향한 어떠한 손길을 내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네요. 귀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