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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한류를 가능하게 한 한국사의 아픔들


말 그대로 광풍이다. 과거 1990년대 소수의 인기 드라마와 연예인들을 필두로 아시아에 한류 열풍이 불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수준으로 진화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역대 손꼽히는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이제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Black Pink) 등의 K-Pop이 아시아 차트를 넘어 빌보드 차트를 정복하고 있다. K-Drama는 세계 각국에서 방영 및 각색하고 있는 실정이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아카데미 사상 최초로 비영어 영화가 수상하는 사건이었다. 지난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봉준호 감독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연신 증명해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K-Fasion, K-Food 등 역시 그 나라의 유행을 이끌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K-Culture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일까?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K-Culture의 핵심은 성숙이다.

이 성숙은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천년의 문명이 전복된 강점기의 사건과 지금까지 끝나지 않은 동족 상잔의 아픔, 부모세대의 희생으로 열매를 맺은 새로운 세대들의 등장이 모두 담긴 국가적인 차원의 총체적인 스토리이다.

K유행은 바로 이 부분에서 세계인들의 관심과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최근 이러한 한국의 성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을 또 만나게 된다. 바로 지난 7월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이다. 이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대한민국과 북한의 대사관 공관원들이 고립된 뒤 함께 목숨을 걸고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이 되었다.



영화 배경은 동족상잔의 비극에서 시작된다. 한국은 35년간 일본의 강점 끝에 1945년 8월 15일 꿈같은 광복을 만났지만, 민족의 기대와 달리 한민족이 하나로 통합되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해방직후 강대국에 의해 남북으로 분리되어, 남쪽은 미국에 의해 ‘대한민국’, 북쪽은 소련에 의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가 따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강점기의 아픔을 채 달래기도 전에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까지 일어났다. 극심한 전쟁 피해로 세계는 한국의 회복이 어렵다고 봤지만, 한민족의 특유의 끈질김, 의지력, 희생 정신을 통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휴전 상태로 끝난 전쟁은, 이후에도 북의 끊임없는 도발과 충돌을 가져왔다. 남북의 대립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고 외교에서도 치열했다.


영화 '모가디슈'도 1990-1991년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남북 외교전이 배경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은, 세계사회에서 인정을 받고자 했다. 이를 위해 UN가입을 시도하면서, 소말리아에도 외교관을 파견하여 한국의 UN가입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북한도 같은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먼저 외교관을 파견해놓은 상황이었고, 당연히 한국의 외교 노력을 방해했다.


영화는 소말리아인들과 한국 외교관들이 기념사진에 필요한 현수막을 못찾아 당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작은 것 하나에도 노심초사하는 한국 대사관 쪽의 모습을 묘사하며, 주인공이 등장한다. 대통령에게 줄 민속전통주와 88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가지고 입국한 강대진 서기관이다. 그러나 이동하는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아 선물은 빼앗기고, 15분 늦게 나타났다는 이유로 면담은 취소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북한 대사관의 사주가 있음이 설명된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강 참사관은 북한이 내전중인 반군에 무기를 판다는 루머를 퍼트려 북한 측을 곤란에 빠드린다.

남북간 외교전이 치열해 진 상황은,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 의해 무색해진다. 반정부 시위는 날로 격화되고, 반군은 각국 대사관에 정부를 돕는 쪽에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가한다. 내전이 본격화 된 것이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일단 대사관측은 가족부터 한국으로 돌려보내려고 시도했다. 문제는 이미 소말리아 상황은 아비규환으로 바졌고, 시위대들은 외국 대사관까지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강 참사관의 활약으로, 소말리아 정부로 부터 대사관 보호병력을 구해 한국 대사관은 상대적으로 안전해질 수 있었다.


반면 북한 대사관 쪽은 탈출을 위해 접촉하던 정부쪽에 배신을 당해 곤란에 처하고, 대사관을 탈출하다 중간에 발이 묶인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가까운 한국 대사관의 도움을 요청한다. 한국 쪽은 내부 논란을 거쳐 결국 이들을 받아주지만, 소말리아 경비병력이 한국 대사관에서도 철수하자, 모두가 위험에 빠진다. 양쪽다 가까운 우방국 대사관을 접촉해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한국쪽만 탈출기를 구하는 데 성공하자, 한 대사는 기지를 발휘해 북한 쪽이 전향했다며 같이 탈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고, 이를 위해 남북대사관 직원과 가족 모두가 네대의 차에 나누어 집합장소로 향한다. 반군과 정부군이 교전 중인 위험지역을 뚫으면서 북한 측 직원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 이들 모두가 케냐로 출발할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연대와 고마움도 잠시 뿐, 서로 협력하여 탈출한 일을 각자 정부에 들키지 않기 위해, 비행기 안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처럼 헤어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코로나 유행 중에도 불구하고 개봉 1년간 350만명 이상의 누적 관객수를 달성했다. 호평의 이유로는 아프라카 현지에서 촬영해 시대모습을 수준 높게 담아내었다는 점, 배우들 개개인들의 인상적인 연기 등이 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남과 북의 50년 이상 분단된 현실을 냉철하게 묘사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남북 관계의 상처를 새로운 문화적 저력으로 보여준 류승완 감독의 연출일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치욕과 분단의 아픔은 이미 오랫도안 많은 문화예술작품의 주제기도 했지만, 류감독은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갔다. 북한은 무조건 적이라는 냉전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새로운 세대들의 등장과 함께 극복하고 풀어나고자 의도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분단의 아픔과 숙제에만 갇혀 있었다면, 더 이상 희망이 그려질 자리는 없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서 남북이 비행기 안에서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이나, 영화를 관통하는 전체스토리에서도, 더 긴박하고 자극적인 민족주의적 대사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류감독은 우리를 둘러싼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각자는 다시 여전히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영화중에서 이런 현실은 다양한 갈등, 예를 들어 한국 대사관으로 들어온 북한 측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두고 한 논란속에서도 확인된다. 이런 갈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이제 남북이 하나라는 이야기를 온전히 공감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 모가디슈는 우리에게 이 냉정하고 아픈 현실이, 한국인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슬픈 역사와 많은 문제를 가졌지만, 눈물만 흘리지 않고 그 아픔들을 문화로 승화시키고 새로운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증명하기 때문이다. 아픔을 극복하고 성숙해진 대한민국의 K-Culture는 앞으로 세계를 더 놀라게 할 여지가 충분하며, 또 어떤 새로운 놀라움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찬양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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