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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눈으로 문화보기: BTS, My Universe

최종 수정일: 2021년 11월 3일


BTS의 등장은 일본에서 시작되어 한국에서 다듬어진 ‘아이돌’음악산업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다. 기획자 방시혁의 인터뷰를 보면, 기존 아이돌 음악계가 얼마나 철저하게 ‘돈’을 버는 기획중심 공장으로 변해, 창작자의 개성과 창조성을 억누르고, 기존 방송계의 엘리트 연줄을 이용해 대중에 대한 접근권까지 독점해 왔는 지 잘 드러난다. 돈을 낼 수 있는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익숙한 것들을 조합, 매끄럽게 가공해서,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안무를 넣고, 거기에 대중적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고도의 마케팅과 고객 관리까지 동원하는 말 그래도 ‘기획 산업’ 으로 말이다. 그러는 동안 음악 자체의 주인이어야 할 작곡자, 가수, 연주자 등은 1회성 수단처럼 격하되고, 창조성이나 사회의식 같은 것은 상업논리에 눌려 숨쉴 틈도 못 찾는다.


이에 반해 BTS는 이런 기존 산업계의 문법을 부정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창작자들에게 자유로운 생활, 활동, 창작까지 격려했기 때문이다. 때맞춰 이미 SNS로 시작된 언론권력의 해체는, 영상과 음악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적용되기 시작했다. 기존 방송국 네트워크를 장악 독점하는 기성 기획사들의 횡포에 맞서, BTS 기획자들은 처음부터 유튜브를 통해 직접 청중들에게 다가갔고, 특히 팬 관리에서도 비효율성을 감수하며 가수와 청중이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보장했다. 이를 통해 아미 (ARMY)라는 열정적인 팬클럽이 만들어지는데,

다른 비슷한 모임이 경험하지 못한authenticity 진정성을 강조하는, 개성, 의미,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로 자라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헌신, 충성, 집중도는 거의 종교적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 음악산업이 그 엄청난 유학비를 들여가며 만든 전문가들을 통해 서구음악계의 첨단 기교를 따라잡게 되고, 주로 아시아계에 국한되긴 해도 한국 음악에 대한 인지도가 커진 상황은, BTS의 국제진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Black Life Matters”운동 (미국의 외형상 민주주의, 평등주의 분위기이면에 여전히 현존하는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인종차별문화에 대한 비판) 속에서, 미국 주류언론과 문화계가 ‘미국의 다양성 모델’을 상징하는 예로 한국문화와 창작자들에 대해 주목을 하면서 힘을 더 받은 듯 하다. 봉준호가 깐느 영화제 심사위원장이 되고,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고, BTS가 미국 각종 음악상을 휩쓴 현상들은 주류문화계의 이러한 분위기 변화를 반영한다. 다시 말해 한류를 아시아권이나 서구내 아시안계들만 즐기는 하위문화 수준에서, 모두가 존중하는 위상으로 옮겨간 것이다. BTS는 이 과정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이런 분위기에 더 도약한 그룹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My Universe도 이런 흐름을 힘을 더해줄 것 같다.

특히 미영 음악계에서 인기 팝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은, 인기가 전 같지 않은(?!) 이 늙은 밴드에게 새로운 청중을 소개해 주었을 뿐 아니라, BTS에게는 서구주류음악계에 편입되었음을 알리는 확인서 역할을 한다.

음악적 구성으로는 최근 팝이 그렇듯이, 유행하는 힙합과 듣기 익숙한 소프트 락적 요소를 혼합하고, 다양하고 자극적인 편집기술을 동원해, 대중의 호감도를 최대화하는 일반 상업음악 문법을 답습한다. 여기에 아이돌 장르의 특성을 살려, 여러 가수들의 짧은 역할들을 하나로 묶어, 다양하기에 지루하지 않고, 가볍기에 더 즐기기 좋은 오락성을 선사한다.


그동안 한류는 감정의 과잉, 중심 서사의 부실 (전체 이야기의 초점에 잘 드러나지 않는 산만함)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여기서는 도리어 이것이 더 낳은 마케팅 요소가 된 듯하다. 전체의 맥락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고, 조각을 띄어 여기에 의미와 감동을 부여하는 데 더 익숙한 틱톡세대에게 더 큰 매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My Universe는 가사나 MV 이미지의 전체 서사, 혹은 전체 흐름이 뭔 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BTS의 청중들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의 조각, 그리고 그동안 관계와 소통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를 증폭시키는 도구로 BTS를 사용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극적 사용자의 자세는 ‘서사와 저자의도’에 대해 무관심한 포스트모더니즘을 반영하고, 또 이런 문화를 강화시킨다.


보통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하면 일단 걱정스럽게 보는 신앙인들도 많지만, BTS의 경우는 그 반대의 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팝문화가 담은 가사와 이미지로 인해, 청중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 왔다면,

이제는 해석의 주도권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뜻, 청중들의 더 적극적인 해석과 걸러 보기를 당연히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당신 속의 가치와 신앙 기준이 분명하다면, 이 음악은 당신의 관점을 표현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화 매체는 그 자체가 가진 메세지와 저자의도라는 경계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때문에 이들의 가사와 이미지도 간접적으로나마 계속해서 청중에게 영향을 미친다. My Universe의 노래 가사 자체는 우주를 바탕으로, 인간 관계속에서 경험하는 자기회복, 자신감과 정체성 발견을 노래한다. 이점에서는 기존의 팝 문화 가사에서 나타나는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 경향은 여전히 강하게 확인된다. 많은 BTS 노래의 가사들 처렁, 이 노래에 대해서도 최근 청소년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사회적 인증압력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가사자체가 그런 성격이 분명해서 라기 보다는, BTS의 주소비세대들이 없어진 기회, 커지는 경쟁 속에서 기본적인 자존감까지 흔들리는 현실을 반영한 자기이미지의 투과가 가깝게 보인다. 그런 깊은 메시지를 담기엔 가사의 언어가 너무 간단하고 가볍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청소년, 청년들이 느끼는 자존감의 위기 앞에서, 성경적 답변은 훨씬 깊고 무겁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가능해진 창조자와의 관계 회복과 이를 경험케 할 새로운 공동체의 구성이 답이라는 것, 그리고 이 답이 우리와 이웃을 포함한 온 창조세계와의 온전한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BTS의 my universe는 특히 관계, 서로의 사랑을 통한 자존감의 회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성경적인 요소도 엿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깊은 자기 상실 경험에 대한 답이 자기에 집중하거나 나를 사랑하는 한 사람에 집정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은 아니며, 관계를 통한 해결책은 또다른 상실로 이어지기 쉬운 인간적 땜방에 불과하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결국, 인간 위기는 창조자, 이웃, 자연세계 모두가 서로 소외되어 버린 영적 현실을 인식하고, 창조주의 사랑의 표현인 그리스도를 통해 이 모두가 연결될 수 있음을 설명해 주고 싶은, 간절한 아쉬움이 남는 그런 음악이었다. 이전의 수많은 일반음악 속에서도 느꼈듯이 말이다.


어쨌든 전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핀잔하기엔, BTS의 음악은 ‘틱톡’처럼 소비되고 유통되는 음악임을 이해해 줘야 할 것 같다. 다행히도 돈의 지배가 너무나 노골적인 음악계에 대한 반성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도, BTS는 듣기가 덜 죄스럽다. 위에 고민했던 성경적 주석을 달아줄 수고를 더 한다면, BTS에 같이 열광을 하는 것도 괜찮은 신앙인의 삶의 일부가 될 것 같다.


김석원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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