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동의/반대 아닌, 자신과 공동체의 현실 바라보는 시각 필요
다음 리뷰는 아래 두개의 유튜브내용에 대한 것입니다.
[이재철 목사] 코로나 사태에 대한 성경적 해석 (1부)[1]
[이재철 목사] 코로나 시대에 흔들리는 신앙, 그러나 길은 있다! (2부)
이재철 목사의 동영상이 화제인가보다. 2021년 2월 현재 조회수 70만을 넘겼다. CBS에서
운영하는 <잘잘법>이란 유투브 채널에 올라왔는데, 채널 구독자 25만명을 감안하더라도 70만 조회는 적지 않은 수임에 틀림없다. 이 영상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인기 때문이 아니라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강제한 온라인 예배가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이재철 목사의 전망을 두고 기독교인들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반론 여지 적은 내용 전개
이재철 목사의 두 동영상을 찬찬히 주의 깊게 시청하면 큰 틀에서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매우 적음을 알 수 있다. 이재철 목사는 성전, 혹은 예배당이라는 공간이 오늘날 절대화하고 신성시된 탓에 예배당 건축이 교회 안팎으로 분란의 씨앗이 되어 왔고,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요한복음 4장)에서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영과 진리로 예배 드리는, 참된 예배의 때와 방식을 말씀하셨으며, 교회 역사를 보더라도 인간은 성전을 세워 신성시하려 했지만, 하나님은 이를 계속 무너뜨렸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볼 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향후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인류가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요원하거나 불확실하다는 점,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온라인 생활에 익숙해짐으로써 사회 전반이 비대면 활동을 중심으로 변화∙혁신하고 있다는 점,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온라인 예배를 드리겠다는 성도의 수가 적지 않다는 통계가 있다는 점을 들며 교회도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장소나 공간의 제약없이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를 오랫동안 추구해 왔다는 개인사를 공유하며, 자신이 섬겨온 교회가 예배당 소유없이 임대 방식으로 예배를 드려왔다는 소개와 함께, 만일 자신이 젊은 목회자라면 온라인 교회를 세우겠다는 바람까지 전한다. 그가 말하는 온라인 교회는 작은 공간만 갖추고 플랫폼을 사용해 지역별로 온라인으로 예배하고 교육하며 지역을 섬기는 교회 모델이다.
이런 지역 중심 온라인 교회는 지역 소그룹별로 헌금함으로써 일부 플랫폼 비용을 제외한 헌금은 지역에서 직접 선교나 전도로 쓰면 된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이렇게 교회가 온라인화 하면 기존 교회의 예배당은 일정 부분 처분 또는 다른 방식으로의 활용을 통해 그간 교회가 예배당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잃게 된, 사회적 신뢰 역시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다양한 반응들
이재철 목사의 동영상에 대한 반응은 영상에 달린 댓글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반응은 매우 뜨거운데 댓글이 무려 3천여 개 이상 달렸다. 개인의 선호, 취향, 놓인 상황, 세계관 등에 따라 보는 관점과 판단하는 기준, 느끼는 감정이 제각각이듯 이 영상에 대한 댓글도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댓글의 성격을 감동, 공감, 반대, 비난으로 거칠게 구분하자면, 감동과 비난이라는 양극단을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 공감 혹은 반대의 의견을 형성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많은 수의 댓글이 “공감합니다”와 “이건 아니죠”로 분류된다.
동의/반대 반응을 떠나 이재철 목사의 영상은 수많은 댓글을 통해 소위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기도 주었다. 댓글을 통해 드러난 기독교인들의 현실 이슈들은 개인 신앙생활에서부터 사회 영역까지 매우 다양한 범위에 걸쳐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교회를 운영했을 때 초신자 교육, 양육, 성찬 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이번 기회에 타 교회 예배 영상을 볼 수 있어 도움됐다는 지적, 그래도 직장은 계속 나가고 있으니 예배만 온라인으로 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 신앙심 낮은 사람은 예배당 예배가 꼭 있어야 한다는 우려, 정부가 팬데믹을 빌미로 교회를 박해하는 것이라는 문제제기, 작은 교회는 큰 교회보다 더 힘들다는 호소,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라는 말씀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성경 해석의 이슈, 온라인 예배가 오히려 대면 예배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역설적 깨달음까지 다양하다.
이를 다시 큰 주제별로 구분해 보면 개인 신앙 생활, 참된 예배 인식, 양육, 전도, 선교활동 이슈, 사회 및 공익과의 충돌 문제, 정치∙이념적 문제, 성경 해석의 문제, 세대간 의견 충돌 이슈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재철 목사의 온라인 예배 관련 메시지는 기독교 신자들이 평소에 가진 여러 신앙 이슈들이 터져 나오게 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평소에 잘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는, 장애인을 섬기는 이들의 어려움, 타지에서 어렵게 선교하는 분들의 선교 문제, 자녀의 신앙 생활이 흐트러질까 봐 염려하는 부모들의 마음까지 담겨 있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논란의 진짜 원인
대체적으로 무리 없는 논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재철 목사의 영상이 논란이 되는 것은 그 내용 자체에 기인한다기보다는 그가 가진 기독교계 내 영향력, 특히 설교나 저작 등을 통해 그로부터 오랫동안 받아왔던 영향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교회가 처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하고 올바른 예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자는 단순한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그가 이미 많은 기독교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그 메시지의 혁신성이 과장되게 해석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팬데믹으로 강제된 온라인 예배가 팬데믹 이후에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수 있음을 전망한 것이 핵심 메시지인데도, 이를 마치 기존 대면 예배나 모든 다른, 예배당 중심 신앙 생활 전체가 다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비칠 수 있는 여지를 줌으로써, ‘본의 아닌’ 오해를 샀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영상이 바로 이정훈 교수의 반박 영상[2]이다. 이정훈 교수는 이재철 목사가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를 대결 구도로 보는 것은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의 대화 속에 나오는 이 산과 저 산의 대비 구도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고 비판한다.
또 다른 논란의 씨앗은 소위 대면 예배가 역사적 맥락에서 담아 온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성찬과 애찬, 공동체의 공존감(마주 봄), 말씀의 낭독, 소리와 음악의 울림, 장식과 공간미, 흠향 등의 전례적 요소는 2천년 기독교 교회가 간직한 역사적 전통이다. 예배의 교회사적인 인식, 심지어 현대인의 일상을 고려한 문화, 이성, 역사적 관점까지 고려한 포괄적 설명의 부족은 대면 예배를 과소평가하게 만들었다. 오랜 대면 예배 전통 속에서 신앙 생활해 온 신자들에겐 온라인으로 떨어져 있음을 쉽게 당연시하지 않고, 오히려 다시 만나 예배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재철 목사가 이러한 측면을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두 회에 걸친 50여 분 동영상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들 힘들고 어렵고 고통받고 있는 상황인지라 제아무리 성경적이고 논리적이며 혁신적인 교회 전망이라고 해도, 이성적 공감보다는 감정적 반응이 폭발해 나올 수밖에 없는, 즉 온라인 예배의 대세를 제기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런 논란을 촉발시킨 이유로 보인다.
성숙한, 미디어 읽기
사실 이재철 목사의 영상은 설교도 아니고, 학습을 위한 강의도 아니며, 학문적 논증을 펼치는 주장도 아니다. 따라서 이 영상에 대해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은 매우 난감할 수 있다. 설교라면 ‘아멘’으로 받으면 되고, 강의라면 배워 익히면 되며, 논증이라면 학문적 비평을 하면 되지만, 이를 미디어 콘텐츠로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CPYU[3]는 ‘발견하기(Discover)-분별하기(Discern)-결정하기(Decide)’라는 3D 방법론을 제시한다. 미디어의 내용과 형식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의 세계관에 비춰 분별한 다음, 미디어에 대해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미디어의 내용과 형식에 압도돼, 감정적이고 섣부른 판단을 내려, 재빨리 동의 혹은 반대, 나아가 추종 또는 비난의 수위를 금세 높이는 반응과는 차이가 있는 미디어 시청이다.
이러한 미디어 읽기를 통해 이재철 목사의 영상을 단순히 내용에 대한 공감이나 반대로만 읽지 않고, 말해지는 바를 제대로 발견하고 전체 교회 공동체 신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한숨과 탄식을 함께 읽어내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고통받는 이웃을 어떻게 배려하고 도와줄 수 있을지 돌아보고, 예배의 본질에 대한 최소한의 신학적 탐구와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분별력을 쌓음과 동시에, 사회와 공공 영역에서의 교회의 위치와 역할로 고민을 확장하는 기회로 삼는 결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고석호
[1]이 유튜브동영상은 CBS가만든 〈잘 믿고잘 사는법〉(잘잘법)’ 채널(22만여 명구독)에 2020년 10월에최초 공개됐다. 1부(조회수 52만), 2부(조회수 27만) 각 25분분량으로 전체 50여 분의 분량이다. [2] 온라인예배가 교회개혁이라구요? 이재철목사 <잘잘법> 비판 (조회수 29만)ㅣ이정훈교수(구독자 13만) https://www.youtube.com/watch?v=zyayOYhIvmo [3] Center for Parent/Youth Understanding. 미국 복음주의 청소년사역전문단체. http://cypu.org/3d
글을 읽으며 영상을 같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시선이 있다보니 동의와 비동의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제 안에도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선과 해석들을 통해 리뷰해주신 글을 같이 보니 제 안에 그러한 대립도 더 풍성하게 고민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듯 합니다. 비판보다는 어떻게 나에게 적용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하는 시간입니다.
이재철목사님을 존경하던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이 참 감사합니다! 균형잡힌 리뷰로 다시 한 번 내용을 곱씹어 볼 수 있었습니다. 짧은 하나의 영상으로 이재철이라는 사람 전체를 판단할 순 없겠죠. 다소 불안한 내용도 있지만 저는 시대적 경종으로 소화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재철목사님을 좋아했는데, 이번 영상을 보면서 성경신학적 기반 (성경이 말하는 논리와 맨데이트에 기반한 논리)이 약해보인다는 불안감이 스쳐가는 것은 왜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