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DOS Game 시절 컴퓨터를 통해 디스크를 바꿔가며 오락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페르시아 왕자>를 기억할 것이다. ‘게임의 교과서’와 같은 이 게임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UBI SOFT는 <페르시아 왕자: 어쌔신> 프로젝트를 개발하던 중 모종의 이유로 개발을 취소하게 된다. 그 세계관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2007년 등장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이다.
이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승승장구하며 유비소프트가 발매하는 게임 중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가 된다. 동시에 2017년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게임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비교적 명성이 높은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지난 2020년 11월 10일, 12번째 시리즈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가 나오며 여전히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이 게임의 이해를 위해 어쌔신의 시작, 그 역사 속 기원을 알리는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2017년 발매)을 선택하여 리뷰하고자 한다. 아울러 본인은 ‘모든 게임의 유해성(중독성)에 대해 동의하는 바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에 대한 단절보다는 잘 알고 접근하여 지혜롭게 한다’는 입장에서 글을 작성하고자 한다.
게임 소개
2017년 10월 발매된 게임으로, 콘솔/PC용으로 발매되었다. 개발은 유비 몬트리올 스튜디오에서 하였으며, 영국 아카데미 비디오 게임상 최고의 게임 부문 후보로 선정될 정도로 탄탄한 내용과 비주얼을 보여준다. 등급은 ‘MA15+/청소년 이용불가’이며 장르는 3인칭 오픈월드 액션 RPG로 구분되나, ‘잠입 암살 액션’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가격은 기본 89.95AUD(65,000원), Gold Edition의 경우 134.95AUD(95,000원)이다.
게임 분석
배경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이며, 한 작은 마을 ‘시와’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바예크는 메자이[1]로 살던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이 괴한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원수를 갚기 위해 시작된 여정이 본 게임의 시작이다.
한 가정의 복수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배경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어 있는데, 바로 비밀결사단의 존재가 그러하다. 이집트를 집어삼키려는 세력이 그 뒤에 있고, 바예크는 이들을 하나하나 무찌르며 방대한 이집트 전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클레오파트라를 도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세력들을 처단해 나가지만, 이후 프톨레마이오스가 죽고 클레오파트라와 시저가 고대 결사단과 손을 잡은 뒤 배신을 당하게 된다. 주인공인 바예크는 이제 동료들을 모아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고백(신조; Creed) 위에 단체를 세운다. 바로 그 신조가 어쌔신 크리드가 된다.
게임은 중심 스토리를 이어가는 메인 퀘스트와 어느 지역에서나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보조 퀘스트를 통해 레벨업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다양한 무기의 종류와 그에 따른 고유 스킬들이 존재하며, 모든 과정이 스토리와 연계되어 흘러가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사실적인 역사 고증을 통해 얻는 과거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유튜브 <게임으로 보는 인문학 게임 야화 22~28화, 감독편>[2]을 살펴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역사적 고증을 했는지 알려준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게임을 접하면 유비소프트가 얼마나 위대한 작업을 게임을 통해 이루어냈는지 알 수 있다.
둘째로 치밀하게 짜여진 스토리 라인이 메인 퀘스트와 보조 퀘스트로 나뉘어 유저의 기호에 따라 선택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모든 퀘스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NPC(게임 속 인물들)와 스토리를 잘 연결한 점 등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끝으로 다양한 전투를 통해 스킬을 올리는 시스템은 전사, 사냥꾼, 선지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Skill tree를 구성하였다. 사냥 등을 통해 기본 아이템을 제작, 레벨업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세부적인 요소들을 적소에 배치해 두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 초반 스토리라인에서 보여지는 지루함과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급작스럽게 등장하는 형제단의 존재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또한, 반복적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결국 어쩔 수 없는 반복적인 렙업 노가다를 해야 한다는 점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넘어야 하는 작은 언덕 같은 느낌을 준다. 오랜만에 엔딩을 볼 정도로 게임을 하며 많은 장점들을 발견한 게임이며, 왜 <어쌔신 크리드>가 지금까지 롱런해 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살펴본 게임의 평가
이제 이 게임을 직접 해 본 목회자로서 게임에 대한 내용들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평가해 보고자 한다. 먼저 게임 속에 신약시대의 익숙한 표현과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언덕 길가에 서 있는 십자가에 처형당한 사람들이나, 드라크마를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그리스 시대의 옷이나 아고다, 원형극장 등의 재현은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신약시대 모습의 파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이 갖는 장점일 수 있다. 역사적 고증이 치밀하게 전개될수록 로마의 폭정이나 사람들의 고통의 목소리는 그 시대를 보여주는 듯한 상상력을 키워준다. 또한 세부적인 도시의 디자인은 바울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던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잠입 액션 자체가 가지는 특성상 사람을 암살하는 일이 빈번하고, 소리없이 죽이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경험치를 얻게 함으로 쾌감을 주는 것은 우리 속에 있는 죄성이 여전히 발동하여 그것을 계속 찾게 만든다. 주인공 바예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달려가지만, 실제로 그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 게임의 엔딩에 도달할 수 있다. 사람을 죽이는 다양한 방법은 기독교인들에게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잔인함의 표현(배를 가르고 시체를 손질하는 것이나 인체 절단 등)이 게임 속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잔인함의 간접 경험이 오히려 잔혹함에 대한 두려움을 무뎌지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아울러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게임 개발팀에 대한 설명(이 게임이 다양한 종교, 성적 성향 및 정체성을 가진 다문화 팀에서 기획∙개발∙제작하였음을 명시)이 나온다. 게임 안에서 이와 같은 사항이 특별히 강조되지는 않지만, 이집트의 종교에 대한 접근, 사후세계에 대한 표현 등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사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포스트모던한 모습도 게임 가운데 선명히 드러난다. 실제 주인공은 기존의 권력에 대항하는 자로 나타나며, 그 권력의 문제들에 대응하는 방식에 있어 폭력이라는 것을 주저없이 사용한다. 약자를 돕기 위해 강자를 죽인다는 설정은 결국 폭력을 정당화하는 자기합리화밖에 되지 못한다. 게임을 하면서 성경적 가치관과 부딪히지만 게임이라는 가상현실 공간이기에 이 정도는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분명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마치며
<어쌔신 크리드>를 처음 들을 때 일반인들은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목회자의 입장에서 가장 귀에 거슬렸던 부분이 바로 제목이었다. 사도신경을 말하는 Apostle’s Creed를 그대로 차용해서 만든 Assassin’s Creed는 암살자의 이미지를 경건하게 바꿀 뿐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아가기 위해 암살을 자행하는 일을 역사 속 설정을 통해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보여준다. 위험천만한 이러한 사상이 게임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데 그저 게임을 한다는 즐거움으로 플레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게임을 막을 것인가 방치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게임이 갖는 특징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함께 이야기하며 다음세대 문화로써 게임 장르를 살펴본다면 어떨까? 게임 안에서 대화의 고리들을 찾아 기독교적 세계관 아래서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쌔신 크리드>는 한국과 호주에서 모두 미성년자가 불가등급이라는 점은 부모님들이 잘 알고 계셔야 한다. 성인물 구입에 큰 여과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아이들에게는 유해한 게임물이며, 본 리뷰 역시 성인 플레이어 입장에서 작성하였기에 미성년자의 게임 접근은 분명한 제한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강현규
재밌는 현상은 게임을 즐기는 크리스천 아이들조차 게임이 자신을 유혹한다는 것과 게임에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저는 아니지만 그 매혹을 아는 현명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절제하며 게임을 즐기는 법을 몸소 보여준다면 나름 긍정적인 엔터테인먼트가 되겠지요.
하늘나라에서는 No game, no device일 거라고 했더니 우리 아들이 그러면 뭘로 엔터테인하냐고 반문하던 게 떠오릅니다.
게임은 잔인성이 문제인 듯 합니다. 중독되면 좀 더 심각하겠지요. 어렸을 적 이후론 게임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게임 혹은 그 산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다면 여전히 대답이 궁색해 집니다. 어쌔신 크리드라는 게임을 비평적으로 잘 소개시켜 주셨네요. 장단점을 잘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저도 왕년에 게임 중독에 빠졌던 사람으로서.. 게임을 대하는게 늘 조심스럽습니다. 어느 정도 이성이나 신앙의 체계가 잡힌 성인들보다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 지 늘 고민입니다 ^^
신세대 목사님 답네요. 게임을 이정도로 이야기할 만큼 할줄도, 하지도 못하는 입장에서 이 리뷰는 신세계처럼 다가옵니다. 이 게임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대화하며 하는 게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