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팀 켈러는 미국 뉴욕시의 청년 부흥 시대를 이끈 리디머 장로교회의 설립자이며 은퇴 목사이다. 또한 리디머 시티 투 시티라는 단체를 설립해 세계적으로 도시 선교와 교회 개척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기독교 신앙 생활의 주요 부분(결혼, 노동, 기도, 돈, 사회 정의. 기독교 변증, 고난 등)에 걸쳐 책을 써 왔고 거의 모든 책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서 성공이란 단순히 책이 많이 팔렸다는 것을 넘어 전세계 기독교계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 세상에는 성공한 수많은 기독교 저술가들이 있다. 글을 잘 쓰는 것으로 치면 필립 얀시나 맥스 루카도가 한 수 위일 수 있고 대중적 인지도는 릭 워렌이나 존 파이퍼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팀 켈러가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위치는 단순히 잘 읽히는 책을 많이 썼다는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의 탁월함은 모든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성경 신학적 접근을 고집하면서도 신학적 진리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효과적으로 해설하는데 있다.
팀 켈러의 책들은 가장 먼저 이슈들에 대해 신학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그 성경적 진리가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한다. 쉽고 빠른 해결책을 원하는 독자들에겐 다소 갑갑할 수도 있으나 성경적 진리의 토대 위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끔 공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많은 개혁주의 저술가, 목사들에게 영감을 준다.
저자가 말하는 결혼
2011년 초판이 나오고 2014년 번역본이 나온 “결혼을 말하다”는 팀 켈러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책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되어 있다. 먼저 팀 켈러는 1장에서 현대 미국의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통계들을 제시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높은 이혼율, 낮아지는 결혼 비율, 늦어지는 결혼 연령, 높은 동거율은 미국의 결혼 제도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로 미국 청년들은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절반의 결혼은 이혼으로 끝나고 나머지 절반도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결혼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 젊은이들의 자기 중심적인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남을 희생시키면서 라도 자신의 자아 실현을 이루어내는 것이 결혼이라고 인식한다면 누구나 결혼에 대해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장에서 팀 켈러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결혼관을 지적한다. 팀 켈러는 에베소서 5장을 통해 결혼을 이해하려면 복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울은 에베소서 5장 31절에서 결혼과 복음의 관계가 “큰 비밀”이라고 지적한다. 팀 켈러는 결혼이란 복음의 메시지처럼 이기심의 충족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내어 주는 것으로 서로가 완전함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2장에서 저자는 복음을 닮은 결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기 중심성에 맞서야 하며 그 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 역시 에베소서 5장 21절이다. 우리는 복음 앞에서 ‘나 중심적인 마음’을 버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덧 입게 된다.
3장은 결혼에 있어서 사랑이라는 감정과 헌신의 관계를 다룬다. 팀 켈러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한 것이지만 ‘헌신’으로서의 사랑이 ‘감정’으로서의 사랑을 앞선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인의 성품의 변화를 넘어 복음 앞에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삶의 변화를 의미한다.
4장에서는 결혼의 목적을 다룬다. 저자는 결혼한 부부를 한 목적지를 향해 가는 막역한 친구로서 묘사한다. 이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성적인 파트너 또는 재정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을 찾기 보다 함께 긴 길을 걸을 수 있는 동반자를 찾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부가 가는 목적지는 어디인가? 팀 켈러는 결혼의 목적이 “서로 도와 장차 영광스러운 자아, 곧 하나님이 마침내 이루실 새로운 피조물이 되기 위해서”라고 정리한다.
5장에서는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논한다. 에베소서 5장 22절과 23절 말씀을 통해 상대방의 결점을 끌어안는 사랑이 무엇인지 해설한다. 무엇보다 팀 켈러 자신이 아내와 부딪혔던 실제 경험과 그 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6장에서는 특이하게도 팀 켈러가 아닌 아내 캐시 켈러가 펜을 잡았다. 여기에서는 가정내에서의 성역할에 대한 성경적 정의를 찾는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동등한 가치를 가지며 서로의 결핍을 보충하며 함께 세상을 다스리도록 창조되었다는 사실과 남성의 ‘머리 됨’과 여성의 ‘순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논한다. 보수 장로교 목사의 아내의 입장을 듣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7장에서는 비혼 또는 미혼을 다룬다. 여기에서 저자는 놀랍게도 결혼을 회피하여서도 안되지만 우상으로 섬기지 말라고 선포한다. 결혼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부르심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독신으로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섹스의 의미에 대해 다룬다. 여기에서 저자는 두 사람의 한 몸 됨이 그리스도와 교회의 연합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결코 터부시되거나 가벼이 대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섹스가 욕구의 해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언약의 갱신을 의미한다고 갈무리한다.
장점과 단점의 측면에서 살펴본 팀 켈러의 ‘결혼’
이 책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 장점은 앞에서 말한 대로 신학적 토대위에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또한 그 풀어내는 방식과 내용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2000년 전 쓰여진 에베소서의 한 단락이 오늘날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단점 또한 장점과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현대의 긴급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서 여진 것이 아니라 성경적 토대 위에서 현실을 바라보자고 권유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 긴급한 문제들을 성경 속으로 가지고 들어 왔다기보다는 성경의 교리를 현실 속에 투영한다.
이런 이유로 어떤 이에게는 이 책이 지나치게 나이브하며 현실의 긴급한 문제들을 오히려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섹스가 결혼 관계 속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는 주장은 담겼지만 이미 성관계를 가진 미혼 크리스챤들에 대한 조언은 부재하다. 결혼에 있어 감정보다 헌신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은 담겼지만 그러면 어떻게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조언도 부실하다. 단순하게 말하지면 탄탄한 이론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오늘날 청년 크리스챤들의 삶 속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고민을 계속하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가는 글
팀 켈러의 ‘결혼을 말하다’를 통해 얻게 되는 가장 큰 통찰이 있다면, 그것은 결혼의 ‘재해석’이 아닌 결혼의 ‘본질의 회복’을 고민하게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결혼생활에 대한 책들이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팀 켈러는 하나님이 세우신 결혼이 왜 축복인가를 계속해서 전달한다. 성경은 처음 아담과 하와의 결혼으로 시작해 종말에 어린양의 혼인잔치로 끝이 난다. 그만큼 결혼이 가지는 가치는 복음의 신비와 영광의 향연과 헌신과 사랑의 세워감이 모두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의 문제는 존재한다. 우리 모두 연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팀 켈러가 제시한 결혼의 신비를 발견했다면 이제 실천적 적용으로서 이 책을 적용하는 우리에게 바턴이 넘어온다.
바라기는 또 다른 젊은 팀 켈러가 나타나 이러한 책을 계속해서 쓰기를 기대한다. 개혁주의 신학이 철 지난 주장이 아니며 여전히 성경만이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답이라 확신하는 뛰어난 젊은 목사들이 계속 나와서 또 다른 “결혼을 말하다”를 써 내려가는 것이다.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상황은 계속 변한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성경과 대화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헷갈리고 어려운 세상에서 또 다른 팀 켈러가 계속 나타나 젊은 이들을 인도하길 기대해 본다.
손민영, 이충일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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