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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editor

새책에 그은 밑줄: "코로나19 이후 시대와 한국교회의 과제" 리뷰

최종 수정일: 2021년 2월 24일


한국교회, 공교회성과 공동체성 그리고 공공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망한다. 코로나 시대, 어떻게 교회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실현할 것인가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사상 세 번째로 팬데믹을 선고했다. 각자의 목표와 신념을 쫓아 바쁘게 굴러가던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멈추었다. 그리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슴에 품고 살아 가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시대 가운데 한국교회는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이책은 코로나 시대 가운데 한국 교회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인 이도영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하고,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NGO학과를 졸업했다. 독특한 이력이다. 총신대학원과 성공회대학교 NGO학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 만큼 저자는 복음주의자의 시선을 가지고 교회가 회복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사회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풀어냈다.


저자는서로마 제국의 멸망을 초래한 천연두, 중세의 몰락을 가져온 페스트 그리고 스페인 독감 등의 전염병의 역사를 돌아보며 코로나19 또한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킬 것이라 내다보며 책을 시작한다. 그 위기 가운데 한국 정부와 온 국민들이 최선을 다해 방역과 관리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신교는 다른 종교들과 엇박자를 내며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저자는 크리스텐덤 사고 방식에 사로 잡힌 개신교가 이제 문화적 적응을 넘어 코로나19가 만들 새로운 사회∙체제∙문명 속에서 어떻게 교회의 본질과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교적 교회로의 패러다임 전환 : 공교회성, 공동체성, 공공성 실천하는 선교적 사명


1장에서 저자는 선교적 교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청하며 특별히 ‘공교회성’과‘공동체성’, 그리고 ‘공공성’을실천하는 선교적 사명을 강력히 주장한다. 한국 교회는 강박증 환자들처럼 코로나19라는 큰 위기 앞에 또 다시 신정론을 들고 나왔다. 우리가 살아 가는 사회는 포스트-크리스텐덤시대이자 무종교 사회이며 다문화 사회이다. 4차 산업 혁명을 이야기하는 초연결∙초지능∙초융합 시대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시기에 맞지 않는 주제,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서로 경쟁하며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접근 방식으로는 복음과 교회의 본질을 세상에 드러낼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이 부분을 지적하며 전 세계적 재난 앞에서 개인적 구원론과 내세론에 사로잡혀 교회 밖의 현실을 인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꼬집는다. 한국교회는 이기적이다. 그래서 국민 정서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고,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면 예배를 강행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지경이 되었다.

교회도 사회 안에 존재하는 법인격이며 시민 사회의 일원이기에 재난 가운데 상식적이고 책임 있는 반응을 해야 한다. (56p)

누가 봐도 지극히 상식적인 문장이 왜한국교회에는 그토록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 저자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한국교회, 공교회성과 공동체성 그리고 공공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부제를 잘 설명하였고 그에 대한 해법도 잘 제시한다.


각자도생 아닌 공생하는 사회로의 전환 필요


2장에서 저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 ‘강제 멈춤’을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실상 앞에서 앞으로 다가올 경제적 어려움은 각자도생이 아닌 공생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대안 사회로서의 교회가 세상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정의 차원의 공공성을 실천해야 함”을강조한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을 소개하여 서로 돕는 삶을 사는 세상을 선택해야 하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기본 소득’, ‘기본 자산’, ‘최고 임금’을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국은 물론 각국의 정치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지난 2017년 1월부터이듬해 12월까지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해석하기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긍정적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치만큼의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북유럽의 고소득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실험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한국의 상황 가운데 기본소득 제도가 실행되고 자리 잡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이 단지 제도적 해답을 제시하는데 멈춘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목회자에게서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한국형 청사진을 기대하는 게 욕심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이다.


죄성을 깊이 사유하는 성자와 세상의 불의를 깊이 사유하는 혁명가의 조화


3장에서저자는 성자적 영성과 혁명가적 눈으로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3장이 이 책의 심장이라고 보면 좋겠다. 저자는 죄성을 깊이 사유하는 성자와 세상의 불의를 깊이 사유하는 혁명가,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자아도취적 영성’, ‘핵심이 빠진 영성’이 된다고 말한다. 작금의 그리스도인들은 혁명 없는 사랑만을 꿈꾸며 오직 자신을 위로해주고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메시아를 기대한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영성이 기독교의 본질을 잃은 것이 진짜 문제이며 진정한 기독교 영성을 되찾는 길은 성자적 영성과 혁명가적 영성의 통합임을 주장한다.


저자는 성경이 가르치는 구원은 단지 영적이고 내면적인 차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사회경제적 차원과 생태문명적 차원까지 포괄하는 총체적 구원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성경적 구원은 개인∙공동체∙사회∙문명∙무생물∙동물∙식물∙지구∙우주 등 모든 차원의 회복을 의미한다. 그것을 회복되는 것이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동물권 회복, 그린 뉴딜 등을 주장하며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생태 차원의 공공성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2장에서 자신이 소개한 기본 소득 개념에 그린 뉴딜을 묶어 생태학적 정의와 사회 정의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되어야 건강하고 안정적인 생명 공동체를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막힌 헐려 열방 하나 되는 포스트-코로나 세상


4장에 이르러 저자는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코로나19가 자유∙평등∙박애의 서양 문명의 한계를 드러냈고, 이제 서구 사회가 오리엔탈리즘에서탈피하여 리오리엔트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에스겔 선지자가 외친 ‘두 막대기의 표적’에서 예언된 것처럼, 막힌 담이 헐려 온 열방이 하나 되는 포스트-코로나의 세상을 세워 나갈 것을 제안하며 부활의 종교인 기독교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교회의 헛발질


5장은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은 복음이 전해지던 초기부터 정교분리를 채택했다. 저자는 정교분리를 내세우면서 실상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며 극우 이데올로기를 신봉하고 있는 한국 교회를 지적한다. 기독교는 좌우를 포용하고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세속의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있는 한국 교회를 향해 자신이 신봉하는 이데올로기가 몰락할 때 함께 몰락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세속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한국 교회는 타종교들처럼 일치적이고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의 방침에 역행하고 사회를 기만함으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책이 발행되고 반 년이 더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한국교회는 여전히 헛발질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한국교회가 기독교의 구원을 단지 개인적 차원과 종교적 차원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독일의 정치 지형과 김훈 작가를 소개하며 진짜 보수가 무엇인지, 어떤 정당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극단의 사회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누룩과 같이 포착 불가능한 자로 살아가면서 이데올로기를 넘어 정의로운 사회와 만물의 구원을 이루어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위험을 무릅쓰는 자들의 실천

6장은 실천편이다. 기독교 역사 가운데 자신의 생명을 뒤로 하고 이웃들을 돌보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자들’이란 뜻을 가진 ‘파라볼라노이’로 불리었다. 이 시대 가운데 한국 교회가 지금은 잃어버린 ‘파라볼라노이’의정체성을 회복하여 적극적으로 사회 속으로, 사람들의 고통과 불안 속으로 들어가 부활의 신앙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론 없는 실천과 실천 없는 이론을 동시에 경계하며 자신이 섬기는 교회 교우들과 함께 했던 실천들을 소개한다. 이들이 만들어 낸 실천의 결과가 큰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지역 교회들이 동참한다면 어떨까?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따뜻해지고 복음의 진전이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책은 6장에서 소개되는 실천편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시드니 성공회 교단의 사례와 한국교회의 상황


이책의 핵심 주제는 공교회성, 공동체성, 그리고 공공성의 회복이다. 외부인의 시선이기에 한계가 있겠지만, 시드니 성공회 교단의 교회를 출석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많다. 시드니 성공회는 팬데믹 가운데 일사분란하게 정부 지침에 적극적으로 따르며 사회와 시민들의 정서와 함께 했다. 대주교의 지휘 아래 공교회성이 빛을 발했다. 사실 호주에서는 팬데믹 상황 가운데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정부와 맞서는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또한 많은 부분에서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적어도 필자가 출석하는 공동체는 팬데믹 가운데 오히려 공동체성이 더 함양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이 멈추어지면서 서로를 돌아보고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공공성의 부분에서는 호주 정부가 양질의 제도와 정책들을 통해 국민들을 돕기 때문에 교회의 역할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교회의상황은 어떨까? 저자가 주장하는 세 가지 핵심 주제들을 한국교회에 대입해보면 마음이 아프다. 저자의 말처럼 한국 교회가 망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고 떨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자유주의에 균열이 생겼다.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으며,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양극화로 국민들이 분열하고 있다. 빈약한 사회 제도와 정책들은 여전히 약자들의 고통과 불안을 감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대 사회가 신봉하던 거대담론들이 힘을 잃어 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학과 이데올로기의 편향성에 대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생각의 전환과 경종을 울려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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