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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editor

영화로 풀어가는 신앙대화: 영화 소울 리뷰 '삶의 목적을 찾아서'

최종 수정일: 2021년 8월 22일


영화 ‘소울’은 디즈니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몬스터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 제작진이 만든 작품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이전 작품들의 인종차별 논란들을 고려하여 흑인만을 위한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이 영화도 코로나위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제작의 마지막 7주간은 봉쇄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각자 재택근무를 하면서 완성했다고 한다.


세계적 재즈 뮤지션인 존 바티스트 등 여러 뮤지션들이 제작에 참여하여 음악의 완성도를 높였고 마치 실사를 보는 듯 디테일한 3D그래픽이 돋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캐릭터에 맞춰 배경이 변하고 분위기에 따라 조명이 달라지는 등 애니메이션만의 장점들을 잘 살리고 있다.

인생이나 행복 등 추상적이고 무거운 소재를 매우 잘 구체화시켜 시각적 이미지로 잘 표현하고 있지만, 우연과 실수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으로는 개연성이 떨어지며, 어려운 주제와 복잡한 줄거리 등을 감안하면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영화같다. 육체를 떠난 영혼, 태어나기 전의 영혼, 우주를 의인화한 수많은 제리나 테리 같은 존재는 기독교적 관점과는 맞지 않음을 고려하며 볼 필요가 있다.


뉴욕에 사는 주인공 조 가드너는 재즈가 인생의 목적이고 삶의 전부이다. 비록 지금은 중학교 밴드부 교사이지만 유명 재즈 밴드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만 되면 비로소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그리던 최고의 재즈밴드와 공연을 앞둔 조는 그만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조의 영혼은 죽음의 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다가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에 떨어지는데 이곳은 새 영혼들이 멘토에게 도움을 받아 태어나기 전의 준비를 하는 곳이다. 조는 태어나길 거부하는 매우 시니컬한 영혼인 22의 멘토가 되어 함께 지구로 돌아오지만, 실수로 조의 영혼은 고양이 몸으로 들어가고 22의 영혼은 조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22는 조의 몸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데 피자의 놀라운 맛, 막대사탕의 달콤함, 지하철 환풍구의 바람, 버스커의 노래, 떨어지는 은행잎 등을 즐기게 되면서 처음으로 자신도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2는 조에게 자신은 일상을 즐기며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말하지만 조는 그런 것은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비하하고 무시한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몸으로 돌아와 계획했던 재즈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조는 많은 칭찬과 환호를 받으며 드디어 밴드의 정식 멤버가 된다. 유명 재즈밴드에 들어가기만 하면 새로운 삶이 펼쳐지고 행복이 시작될 거라고 기대했던 조는 공연이 끝난 후의 허탈하고 공허한 느낌에 당황한다. 그런 조에게 재즈밴드의 리더가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다를 찾아 헤매던 젊은 물고기에게 나이 든 물고기가 지금 여기가 바로 바다라고 말해줬다는 것.

결국 조는 어릴 적 소중한 기억들과 일상의 소소한 경험들을 회상하며 삶의 행복은 22의 말 대로 일상의 경험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영화는 심리학적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 22는 낮은 자존감과 높은 불안으로 태어나기를 거부하지만 삶을 실제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고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게 된다. ‘삶과 단절된 영혼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영적 세계에서는 우울, 불안, 일이나 쾌락에 대한 집착 등을 가진 사람들의 영혼이 일상의 삶으로부터 단절된 병적인 심리상태가 시각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우울증으로 괴물이 된 22를 구해주려던 큰 배가 오히려 그에게 끌려가는 장면은 심한 우울증 환자를 도와주려고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매우 공감할 만하다. 조가 22에게 행한 것처럼 타인의 인격과 존재 자체에 대한 진실한 마음의 칭찬과 헌신적 노력은 언제나 치유의 힘이 크다.


조 가드너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성취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오히려 공허함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끝까지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자신이 불행한 이유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영화 ‘소울’은 행복이란 인생의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경험을 즐기는 데에 있다고 가르쳐준다.

바로 지금 내가 있는 곳에 행복이 있고 삶에서 만나는 소소한 경험들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오늘을 불행하게 살기보다는 현재 이미 가진 것을 즐기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나는 생을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에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일하면서, 하나님께 허락받은 한평생을 사는 동안에, 언제나 기쁨이 사람과 함께 있을 것이다. (전8:15, 새번역)


성경에서도 삶을 즐기라고 권한다. 다른 점이라면, 심리학이 그 이유를 단지 행복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성경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에 삶을 즐기는 것이 옳다고 강조한다. 현재 내가 소유하고 있거나 경험하는 모든 것,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사건들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특별히 허락하신 은혜이고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임을 생각하면 일상의 작은 경험들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게 느껴지고 귀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즐기는 삶은 행복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일상의 즐김은, 동시에 목표를 향해 노력하라(고전9:26)고 하고 푯대를 향해 부르심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라(빌3:14)란 말씀에 의해 보충된다.

일상을 즐겨야 하지만 현재의 행복에만 안주해서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선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 말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참여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고 최선을 다 하며 살면서, 동시에 오늘도 나에게 풍성한 은혜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기독교인이 진정으로 삶을 즐기고 행복을 누리는 방법이다.


영화 ‘소울’은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을 즐기지 못하고 멀리 있는 행복을 바라보고 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삶의 목적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고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이창일 리뷰어는 한국의 조 가드너들과 씨름하며 복음의 소망으로 이들에게 참 행복을 전할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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