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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editor

어려운 책도 좋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서평

최종 수정일: 2021년 9월 18일


몇 년 전부터 젊은이들에게 ‘이생망’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의미로 자기의 힘든 인생에 대한 부정적이고 자조적인 인식이 담겨 있다. 문자적으로는 현재의 삶과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기대가 엿보이기도 한다.

과연 지금의 인생을 게임처럼 리셋하고 새로운 삶을 산다면 더 행복할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저자 매트 헤이그(Matt Haig)는 영국의 유명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이다. 20대 초반에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으나 가족 등의 도움으로 극복한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의 건강에 관련된 책들을 써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경험이 많이 반영된 소설이다. 집필 초기엔 주인공이 남자였으나 저자 자신과 지나치게 동일시되는 문제로 인해 여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양자역학의 다중우주 이론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섬세한 묘사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동화 작가의 소설답게 어려운 심리학적 주제를 구체적이고 쉬우면서도 흥미있게 풀어나간다. 지난해 8월 영국에서 출간되어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소설의 내용


런던 북서쪽 소도시 베드퍼드에 사는 35세 여성 노라 시드의 인생은 암울하다. 그녀는 학생 때 촉망받는 수영선수였지만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일찍 포기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결혼식 이틀 전에 파혼했다. 보컬로 밴드에 참여했다가 탈퇴했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자는 친한 친구의 제안도 거절했다. 노라는 자신의 불행이 과거의 잘못들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항상 후회하며 살고 있다.


그녀는 이미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 중이지만 최근 상황은 최악이다. 반려묘는 죽었고 13년간 일한 악기매장에서 해고당한다. 우연히 만난 밴드 멤버는 자신을 비난하고, 친오빠 조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피아노 레슨은 끊기고 옆집 할아버지 약을 타다 드리던 일도 중단되었다. 노라는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며 살아야 할 목적이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 모든 것이 실수와 재앙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죽기로 결심한다.

약물 과다로 혼수상태에 빠진 노라는 삶과 죽음 사이 중간지대에 있는 ‘자정의 도서관’에 갇힌 채로 깨어난다. 자정으로 시간이 멈춘 그곳에서는 노라의 다양한 삶들이 적힌 수많은 책들이 있어 그 책들을 통해 원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학창시절 도서관 사서였던 엘름 부인의 안내로 노라는 그동안 후회했던 과거 사건을 되돌려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삶을 살아보지만 어떤 삶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많은 삶들을 살아본 후 노라는 자기 삶의 가장 큰 문제가 사랑의 부재임을 깨닫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외과의사 애쉬와 결혼하는 삶을 선택한다. 그 삶은 가족간 사랑이 넘치고 너무나 완벽했지만 자신이 만든 자기의 삶이 아니었기에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래의 삶에서 베풀었던 작은 친절과 도움이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알게 된 후 다른 삶을 더 찾으려 하기보다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온 노라는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책을 찾아 거기에 자기 삶을 써 나가기 시작한다.


엘름 부인은 체스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포기해서는 안 되듯이 우리의 삶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노라가 원래 삶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책에 쓴 첫 번째 글도 “나는 살아 있다”이다. 이는 한때 자살을 생각했으나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작가가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인 듯하다.

엘름 부인의 말처럼 우리는 삶을 통해서 배운다. 삶의 경험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하고 더 성숙하게 만든다. 노라가 고통스러운 사건들이나 슬픔이 모든 삶의 필연적인 일부임을 깨닫고 후회를 멈추면서 점점 우울증을 극복하게 된 것도 도서관의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저주하기까지 세 번 부인한 베드로가 가룟 유다와 크게 달랐던 점은 후회 이후에 삶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았다는 사실에 있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후회스럽더라도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노라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보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살아간다. 자기가 원하는 삶이 아니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어렵고 중간에 포기하기 쉽다. 혹시 목표를 이룬다 하더라도 공허하고 충분히 만족하기 어렵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시139:1~4)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피시고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달란트를 주시며 특별한 뜻을 가지고 계신다. 하나님이 나에게 허락하신 재능과 상황에 맞춰 자기만의 꿈과 목표를 찾고 그것을 향해 노력할 때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하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된다.


노라는 원래의 삶으로 다시 돌아온 후 주위 사람들에게 작은 관심과 친절로 사랑을 실천하며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사랑의 하나님은 자기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실 때 우리의 마음에 사랑이 꼭 필요하도록 만드셨다. 노라의 예전 삶처럼 사랑이 없으면 인생은 허무하고 공허할 수 밖에 없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우리는 삶의 이유와 활력을 얻게 된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 공동체인 가족이 매우 중요하다. 노라가 그랬듯이 가족과의 사랑을 회복하는 것은 만성적인 우울증을 치유해준다. 사랑은 항상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그 큰 사랑을 받은 우리도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요일4:10~11). 그것은 매우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작은 관심과 친절로 나타난다.


노라가 깨달았듯이 우리는 ‘이생망’을 외치며 다른 삶들을 찾아 살아볼 필요가 없다.

에스겔서에서 하나님은 우리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가가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함을 가르쳐 주신다(겔33:12). 하나님은 항상 지금의 나를 보고 계신다.

우리는 날마다 자정의 도서관에 선다. 오늘의 후회스럽고 힘겨운 하루가 끝나고 자정이 되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이제 새로운 날을 어떻게 살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자책을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목표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어제보다 나은 새로운 하루를 살아야 한다.


 

이창일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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